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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안 보이는 일본 경제 경제충격 막아

신점숙작가 2009. 2. 9. 12:35

내수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은 외수의존형 일본경제는 세계경제가 악화되면서 더욱 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본의 주력 품목인 자동차 및 관련부품의 수출감소가 두드러지면서 일본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큰 가운데, 사진은 2008년 1천500억 엔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 예상되는 도요타자동차 로이터=연합뉴스
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적 경기침체의 여파가 일본도 강타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2009년에도 경기후퇴에 따른 위기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침체 속에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일본 경제를 견인해 왔지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주요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언론은 2009년 일본 경제가 폭풍우 속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라 표현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2008년 12월 9일 발표한 같은 해 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이코노미스트들에게도 충격을 줄 정도였다. 물가 영향을 제외한 실질 GDP 성장률이 전 분기에 비해 연율 환산 1.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에 집계한 잠정성장률이 0.4% 감소였던 것에 비해 무려 1.4%포인트나 더 하락했기 때문이었다. 정부의 이 발표를 감안, 각 싱크탱크는 서둘러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그 결과 주요 15개 경제연구소의 2009년도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5%로 집계됐다.
요시노 가오루 경제재정담당상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2009년의 경우 일본은 참아가면서 경제가 무한 추락하지 않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일본 경제가 위기 상황에 들어갔음을 인정했다. 일본 정부는 2008년 11월 월례경제보고에서 “경기가 약화되고 있다”고 표현한 데 이어 12월엔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행도 2008년 12월 정책금리를 두 달 만에 0.1%포인트로 인하하면서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미 일본 경제는 강약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그동안 일본의 경기를 견인해온 수출이 전면 급감하고 있다. 재무성이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2008년 10월 일본의 수출액은 2007년 같은 달에 비해 7.8%나 감소했고, 11월 초.중순 잠정 집계치로는 24.7%나 감고했다. 일본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및 관련부품, 반도체 등 전자부품의 감소가 두드러져 일본 경제에 주는 충격이 컸다. 여기에 엔고 현상도 일본 경제의 걸림돌이 돼왔다. 2008년 10월 중반까지만 해도 1달러당 100엔 대를 유지해 왔지만 12월 들어선 92엔 안팎, 한때는 87엔 대까지 떨어지면서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은행이 2008년 12월 9일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2009년 세계 전체의 성장률은 2007년도에 비해 0.9% 성장하는 데 그쳐 수치 비교가 가능한 1970년 이후로는 사상 최저치였다. 결국 외수라는 일본 경제의 견인역을 잃게 된 일본 경제는 2002년 이후의 경기회복 국면에서 한순간 불황의 터널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2009년의 일본 경제를 전망하기 위해선 경기 선행지표로 읽히는 설비투자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수출부진으로 국내의 설비투자나 고용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대폭적인 생산 조정에 들어갔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파견노동자에 대해서도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고에 나서고 있다. 소니는 국내외에서 1만6천 명의 인원삭감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를 불문하고 해고 열풍이 불면서 특히 경기회복 국면에서 숫자를 늘려온 비정규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실업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정도가 됐다.
결국 고용악화는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지면서 이것이 다시 가계소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일본은 다시 디플레 위기에 직면하게 된 상황이다. 이는 일본의 고용구조가 버블붕괴 후 상당히 유연화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버블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일본 정부와 기업은 노동 규제완화를 통해 일용직 등 비정규직 고용을 늘린 결과, 불황기엔 손쉽게 인원을 삭감할 수 있게 됐다. 또 캐논, 소니, 샤프는 2008년 11월에 2008년도 실적 예상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전기 분야의 실적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자체 집계 결과 일본 내 주요 300개 회사의 실적 예상을 대폭 낮췄다.
2008년 9월 시점에선 2009년 매출액이 전년도에 비해 3.4%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14.8%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12월 시점에선 매출액이 전년 대비 3.9%, 영업이익은 6.3%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격 수정했다. 가장 큰 요인은 일본 산업구조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경기회복은 내수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은 외수의존형 구조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경제가 악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외수, 특히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일본 경기도 회복되기 힘들 것이란 게 상당수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이다. 따라서 일본 경제의 앞날을 예측하기 위해선 미국의 경기회복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당초 전문가들 사이에선 2009년 중반에는 회복 추세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2009년에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토추상사 조사정보부 수석이코노미스트인 기타이 요시히사는 최근 일본 주간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현재의 세계적 불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 지가 관건이지만 나는 2010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낙관적인 이코노미스트들은 2009년 중반에 바닥을 칠 것이라 말하지만 이는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나 자신도 11월까지만 해도 일본 경제는 미국, 유럽에 비해 건전하다고 말해 왔지만 11월 이후 각 기업의 상황을 정밀 조사한 결과, 내 자신의 경기전망을 하향 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나쁜 얘기만 들었다”며 “이미 경제정책의 중심은 경기부양이 아니라 경제의 충격을 막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 모두 획기적인 대규모 경제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심각한 불황에 빠질 수 있는 커다란 갈림길을 맞이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최이락 도쿄 특파원 |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