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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10)....집시 같은 녀석

신점숙작가 2009. 2. 17. 19:02

겨울이 되면서 시화호에서는 여름에 보기 힘들었던 맹금류, 말똥가리. 털발말똥가리, 흰꼬리수리, 잿빛개구리매, 매 등이 많은 활동을 시작하는데, 그 중에서도 제방을 따라 오르내리며 호버링(정지비행)을 하는 황조롱이의 모습이 유독 많이 보인다.

집 없이 떠도는 짚시 같은 녀석이만 겨울이 아니면 보기가 힘든 것은 새매나 말똥가리들이 지어 놓은 남의 집에서 알을 낳고 번식을 하다가 겨울이 되어야만 먹잇감 관찰이 용이한 숲 언저리나 들판의 전신주로 내려앉기 때문이다.

이 주거부정인 녀석이 사납기로는 독수리 뺨칠 정도이다. 수 Km 밖의 들쥐나 개구리의 움직임까지 꿰뚫어 보는 녀석이 자신의 얼굴을 알아볼 만큼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허용할 리가 없다.

올겨울의 첫 만남은 이쯤에서 어색하게 끝났지만, 내년 봄이 올 때까지 자주 보게 될 겨울친구이다.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최신예 전투기 스텔스가 저공비행으로 상대의 동태를 살피듯, 때로는 떨어지는 낙엽형상으로 상대의 눈을 속인다.

그러나 그런 모습으로 팔랑거리다가 먹잇감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그 속도는 시속200km, 스텔스기처럼 공중에서 정지동작을 할 수도 있는 비행실력과 한 번 나꿔챈 먹잇감은 강적이 나타나도 놓치지 않는 맹금류이다.

황조롱이는 매목(─目 Falconiformes) 매과(─科 Falconidae)에 속하고, 몸길이는 33~35㎝ 정도이며, 공중을 선회하면서 먹이를 찾고, 일시적으로 정지 비행하는 습성이 특징적이다. 수컷의 등은 진한 갈색에 옅은 갈색의 반점이 있으며, 황갈색의 배에는 커다란 검정색 반점이 흩어져 있다. 머리는 회색, 꼬리는 회색 바탕에 넓은 검정색 띠가 있고 끝은 흰색이다. 암컷의 등은 진한 회갈색으로 암갈색의 가로무늬가 있다. 꼬리는 갈색이고 어두운 색의 띠가 있다. 울음소리는 '키, 키, 키' 또는 '킷, 킷, 킷'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저지대의 개활지에 서식한다. 전선·전주·나무 위·건물 위 등에 앉기도 한다. 먹이가 되는 작은 새는 나는 것보다 앉았다 날아오르는 것을 잡으며, 삼킨 먹이 중 소화가 되지 않은 것만 펠릿으로 토해 낸다. 4월 하순에서 7월 초순에 걸쳐 4∼6개의 알을 낳는다. 포란 기간은 27∼29일이며 27∼30일이 지나면 독립시킨다. 설치류(들쥐)·두더지·작은 새·곤충류·파충류 등을 먹는다. 건물이나 산지에서 번식하는 텃새이다. 겨울에는 산지에서 번식한 무리가 평지로 내려와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