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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를 마시자

신점숙작가 2009. 4. 14. 11:08

식초는 인류 식생활문화사에서 술과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발효식품 중 하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금과 같이 음식의 맛과 간을 맞추는데 주로 이용된 것은 물론이고 민간의약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식초는 고서에서 ‘쓴술’이라 하였고 그 어원은 프랑스어의 vinaigre(비네-그레)에서 유래된 것으로 vin(와인, wine)과 aigre(시다, sore)의 합성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곡류초에 사과나 감 같은 과일을 첨가한 과일초가 있었다.

식초가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다는 연구 사례가 보도되면서 최근 식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감미제(꿀․설탕․올리고당), 식이섬유, 과일 등을 첨가해 음료수처럼 마시는 ‘드링크 식초’가 출시되는 등 식초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식초는 사용되는 용도에 따라 조미용 식초(발효된 주정에 빙초산을 희석해 만든 양조 식초), 기능성 식초(과실의 원액 100%를 발효․숙성), 드링크 식초( 3~30% 전후의 식초에 감미제, 식이섬유, 과일 등 첨가)로 나뉜다.

식초는 신맛이 강해 보통 산성식품으로 알고 있지만 알칼리 식품이다. 식초를 만드는 원재료인 과실초 등에 알칼리 원소(칼륨․나트륨․마그네슘․비타민․무기질)가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생채류 조리에 식초를 첨가하면 체액이 약알칼리로 되면서 몸에 이로움을 주게 된다. 봄과 여름철에 입맛이 없을 때 신맛이 강한 식초를 첨가한 음식을 먹으면 위산과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돕는다. 또한 체내에 축적된 피로물질(젖산)을 분해해 뭉친 근육을 풀어주며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 식초는 체내 흡수가 빨라 다른 영양소보다 에너지를 일찍 만들어 주므로 고열량을 필요로 하는 노동자나 운동선수들에게 권할 만하다. 고열량이 필요한 임산부가 신맛을 좋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식초가 3% 이상 되면 세균 번식을 억제하고 살균력을 갖는다. 여름철 식중독에 노출이 심한 김밥․초밥․냉면 등에 첨가해 먹으면 식중독을 예방하고 비타민 손실을 최소화함은 물론 음식의 맛을 배가시킨다. 생선에 식초 5~10g 정도를 첨가하면 비린내 제거는 물론 생선살을 단단하게 해 탄력성과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밖에도 식초는 스트레스 해소, 체중 감소 효과가 있으며 동맥경화․고혈압․불면증․화상 등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보도되었다.

그러나 몸에 좋다고 하여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식초는 산도가 높아 위벽을 상하게 하므로 위염․위궤양 환자들은 위를 중화시켜주는 우유나 물, 음료 등에 타서 마시는 게 좋다. 식초의 과잉 섭취는 체외로 칼슘을 배출시킬 뿐더러 칼슘을 분해하기 때문에 치아와 뼈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마시는 ‘드링크 식초’ 또한 폴리페놀 화합물(항암 효과가 있는 기능성 물질), 유기산 등이 함유돼 있고 면역 기능, 정장 작용, 콜레스테롤 저하, 간 기능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약품이 아니라 식품이다. 따라서 질병 치료의 관점보다는 질병 예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제조회사마다 영양 및 성분 배합이 다를 수 있고 제조 과정 중에 원재료가 희석되고 기능성이 저하될 수도 있기 때문에 ‘몸에 좋은 음료’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