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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병에 효자 없다...동안산병원( 백만순)과장

신점숙작가 2009. 4. 14. 11:26

동안산병원 3내과/과장 백만순

 

노환으로 오랫동안 병원의 신세를 져야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족 간의 갈등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5병동의 입원해 있는 90세 할머니는 최근까지 병원 근처 딸집에서 병간호를 하다가 딸이 남편 직장 관계로 강원도로 이사 가는 바람에 강원도로 같이 가셨다가 병원이 불편해서 큰아들이 어쩔 수 없이 모시게 되었다. 할머니가 1달 전 부터 배가 아파서 근처 의원에서 증상 치료만 해오던 중, 증상의 호전 없어, 할머니가 작은 아들에게 전화해서 저희 병원으로 오셨다. 응급실에서 작은 아들은 큰형에게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할머니는 검사 결과 급성 담낭염으로 수술을 해야 하지만 심장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일시적 배액술(관을 통해 물, 고름을 빼내는 것) 만 시행 한 후 경과를 관찰하는 중이다. 할머니도 고혈압, 울혈성 심부전 등으로 작년에도 죽음이 코앞에 왔을 때 자식들이 어머니를 놓지 않아 지금까지 왔다. 이번에는 정말로 힘들 것 같다. CT상 임파종이 같이 의심된다. 작은 아들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다. 90세 노모를 한 없이 애처롭게 생각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를 하는 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나 역시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다.

또 5병동에 입원해 있는 70세 만성 신부전증 할머니는 한동안 아들집에서 계시다가 걸걸한 며느리에게 상처 받아 딸집으로 거처를 옮긴 후 식욕을 잃고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딸에 의해 입원 했다. 입원해 있는 동안 며느리는 딸집으로 옮긴 시어머니를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하면서 시어머니 문병을 거부하지만, 시어머니의 상태는 계속해서 물어오고 있다. 딸과 합세해서 자기를 못된 며느리로 만들었다고, 어디 시누이가 얼마나 잘 모시나 두고 보자고 독설을 퍼부으면서도 꼭꼭 상태 변화를 챙긴다. 그러나 할머니는 검사 결과 10년 전 수술하셨던 폐암이 재발한 것 같아, 아들 부부를 불러 어머니 상태를 설명 하는데 그 며느리가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다. “ 망구가 몸도 좋지 않으면서 왜 집을 나가! 시누이가 미안하다고 할 때까지 모시지 않을거야!” 그러면서 정성스레 죽을 끓여 보내고 최종 검사 후 본인이 다시 모실 준비를 하고 있는 며느리가 기득해서 어깨를 툭 치며 “ 나이 들면 얘가 된데, 그래서 잘 삐지고 울고 조그만 말에도 상처 받으니까 아이라고 생각해서 잘 해드려요” 했더니 “ 망구가 소심해서 그런다고 ” 하며 눈물을 보였다. 할머니가 오래 살아야 할 텐데.....

작년 겨울에 체구가 큰 90세 할아버지를 업고 아들이 진료실로 들어와서 당뇨와 함께 척추 골절로 인한 하지 마비로 입원을 시켜 달라고 해서 입원 했다. 형색은 그다지 돈이 많아 보이지 않았고, 직업은 회사 택시 기사였다. 그런데 대소변을 못가리니가 불편하시다고 1인실을 사용하셨고, 그 후에 할아버지가 죽어도 좋으니, 수술해서 스스로 대소변 가리고 걷고 싶다고 해서 온 가족이 동의한 가운데 수술을 감행 했다. 다행히 결과가 아주 좋았다. 할아버지가 회복하는 동안 아들 셋과 며느리, 딸들이 당번을 정해 아주 정성스럽게 간병을 하셔서 지나가는 말로 아들에게 “ 할아버지가 물려줄 재산이 많이 있나 봐요? 하고 물었다. 그 옆에 있던 할머니 왈 ”유산은 무슨, 아들들 다 고등학교뿐이 졸업 못했고, 저 성질 좀 봐 ! 괴팍해서 다들 고생 했어!. “ 아들들의 진심을 오해 했고 나의 얄팍한 생각이 부끄러웠다.

자식들이 90세 아버지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한동안 저희 병원에서 회자되었다.

병원 생활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돈이 있어야 자식에게 버림받지 않는다고 돈을 쥐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은 부모의 재산 유무와 상관없이 아직도 부모에게 성심성의껏 정성을 다하는 많은 자식들이 있다. 이런 가족들이 우리사회에 훈훈한 정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