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들 안부럽다...동안산병원(백만순)과장
동안산병원 3내과/과장 백만순
할머니가 내원 하셨다. “어디가 아프세요? ” 묻자 “ 온몸이 다 아파! ” “ 아이구 ! 온 몸이 다 아프면 내가 못고치는데요! ” 하고 말하면서 지금 가장 불편하신곳이 어디냐고 재차 물었다. 속도 아프고 무릎이 아파 한걸음도 못걷는데 겨우 왔다고 하신다. 아들이나 딸이 없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아들들이 많이 있는데 있으면 뭐하냐고 다 소용없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누구집 할멈은 병원 갈때면 딸이 차로 데려다주는데 나는 아들이고 며느리고 관심이 없다면서 눈가에 눈물을 머금는다. 할머니가 젊었을때 아들 나을때 마다 주변에서 부러움을 샀지만 키우고 장가 보내고 나니 더욱더 외로워 지신다고 하셨다.
요즘 노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오는 사람은 딸이나 사위가 훨씬 많다. 물론 딸 같은 며느리도 가끔은 있다. 입원한 환자들 중에 간병인을 쓰는 분들 중에 많은 수는 아들이 많은 노인들이 많고, 딸들이 많은 노인들은 병원에 입원해도 딸들이 돌아가며 간병을 한다. 다인병실에 입원하면 딸부잣집 노인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딸들이 먹을 것 때마다 맞춰서 가져오고, 엄마! 엄마! 하면서 어깨 주물러 주고 밤에는 사위 내지 손자들이 돌아 가며 자고 가니, 자식이 적거나 아들만 있는집 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아침에 회진시에도 상태 변화를 자세히 물어보고, 잘 부탁한다. 좋은 영양제 나 달라 등 등 주문이 많다. 웃으면서 내가 할머니에게 “ 딸 낳을때는 또 딸이야 ! 했을걸요! ” “ 그렇지요!” 서운한 내색을 거침없이 표현했으나 키울수록 딸은 부모의 친구가 된다고 말한다. 물론 최근 사회 현상이 여성들이 직장 생활하는 율이 상승되면서 친정 또는 처가 쪽으로 쏠림 현상이 있다고 하나, 어쩜 근본적으로 아들과 딸들의 본능적인 성격 차이인 것 같다. 나도 딸 부잣집 둘째딸이고 아들 부잣집 셋째 며느리다. 2년 전 친정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친정아버지가 병원 생활하시는 딸들의 많은 보살핌을 받으며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때 딸인 나는 경제적, 정신적으로 100% 내가 다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매달렸고, 나의 언니, 동생들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1년 전 시어머니가 경운기 사고로 장기간 병원 생활 할때 나는 며느리 입장이고, 물론 병의 정도도 달랐지만, 미루어 짐작해보면 나의 시누이들과 비교해보면 마음적으로 한걸음 뒤에 있었던 것 같고, 다른 며느리들과 비교해서(솔직히 눈치를 보면서) 병간호의 정도를 내 스스로 조절 했던 것 같다. 내 스스로가 딸과 며느리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적 내지 물질적으로 똑같이 한다 하더라도 마음 적으로는 딸의 마음이 부모곁에 휠씬 편히, 가깝게 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며느리 입장은 의무적, 형식적인 관계가 많이 그려진다. 그럼 아들들이 딸처럼 해야 하는데, 아들은 성격상 딸들처럼 감정적 배려, 세심한 배려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들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더 느낀 것 같다.
항상 웃으면서 아버지가 오늘도 저혈당에 빠져 옷에 똥, 오줌 다 싸서 기저귀, 물걸레를 가져와, 다 치우는 어떤집의 막내 며느리를 보면서 나도 반성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