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상대방과 같이 마셔라…중국의 음주문화(1)
중국 사람들과의 식사는 음식을 먹는 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고 이제 그 사람들과의 시(關係:관계)의 시작이며 따라서 좌석 배치에도 엄격한 관행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음식에는 반드시 술이 따르고 술을 마시는 데에도 엄연히 지켜져야 할 예법이 있다는 것이지요.
자리 배치가 끝나면 그날의 초대자가 덕담과 함께 건배 제의를 하고 식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술은 보통 세 잔이 앞에 놓이게 되지요. 왼쪽이 제일 큰 잔으로 맥주잔입니다. 보통은 맥주를 따르나 취향에 따라서 과일 주스나 우유,생수 등을 주문해도 좋습니다. 두 번 째 잔은 와인 잔입니다. 중국의 와인은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상으로 역사가 오래되고 품질 또한 세계적이어서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술 중의 하나 이지요. 그리고 세 번 째, 제일 오른쪽 잔이 백주 잔인데 백주는 보통 52도에서 56도가 보편적이고 요즘은 일반화를 위해서 38도 등으로 도수를 낮춘 것도 있습니다. 보통 음식점에서는 52도 이상을 까오두(高度:고도)라고 하고 38도를 띠두(低度:저도)라고 하는데 까오두가 정통 백주라고 하여 조금 비싸게 받습니다.
초대자는 이 세잔 중에서 한 잔을 골라 건배제의를 하게 되는데 손님들은 건배자가 든 잔과 같은 종류의 잔을 들고, 건배자와 같은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이 예의입니다. 건배자가 다 마시면 다 마시고 반만 마시면 반만 마시는 것이지요. 건배자는 마시기 전에 깐빼이(乾杯:건배)나 빤빼이(半杯:반배) 또는 수이(隨:수)등으로 마시는 양을 미리 얘기해 줍니다. 중국에서의 깐빼이는 한자로는 우리와 같은 건배(乾杯)라고 쓰나 뜻은 달라서, ‘잔을 말린다’즉 ‘바닥까지 다 마신다’라는 의미임을 잊어서는 안되고 빤빼이는 말 그대로 반만 마시는 것, 수이(隨:수)는 편하게,적당하게 알아서 마셔도 좋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초대자가 건배 제의를 하기 전이나 식사 중에 혼자 술을 마시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혼자서 술을 마시는데 익숙해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혼자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간혹 韓中간의 고위층 만찬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도 아무 생각 없이 혼자 술을 마셔서 상대방을 당혹케 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반드시 전체를 향해서 또는 초대자나 옆에 앉은 사람과 함께 간단한 덕담과 함께 눈을 마주보며 잔을 부딪쳐야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잔을 부딪칠 때 상대방의 잔 아래에 부딪치는 것이 예의이고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잔 아래를 부딪치려 하다 보면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곳,테이블까지 두 사람의 잔이 내려오는 진풍경도 벌어지지요. 또한 내가 특별히 술 한잔을 권하고 싶은 사람이 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는 직접 일어나 그 자리로 찾아가 ‘징이빼이쥬’(敬一杯酒:경일배주)라는 말과 함께 술을 올리는 것이 예의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상대방을 신뢰 하는 데에는 우리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좋게 보아 우리는 단순하고 정이 많은 민족이지요. 상대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의심이 많고 그만큼 신중하게 상대방을 관찰합니다. 중국에서의 식사 자리는 술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술자리에서의 자세와 행동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이지요. 외국인으로서의 작은 실수는 물론 이해가 되고 큰 허물이 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관습을 알고 따르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사소한 배려가 때로 우리에게 크고 결정적인 신뢰로 다가옴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지요.
함기수/세계화전략연구소 자문위원/전 SK네트웍스 중국본부장(ksham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