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로 듣는 한국인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
배려 로 듣는 한국인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
배려
한상복
위즈덤하우스
6일 방송된 SBS 시사토론 프로그램 '시시비비'는 '한국인은 왜 행복하지 못한가'라는 이색적인 주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패널로 출연한 이대 정외과 어수영 명예교수, 방송인 조영남, 행복학 강사 최윤희,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 최일도 목사와 시민토론자들은 각자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을 놓고 행복과 불행의 차이를 확인하는 장을 열었다.
먼저 '밥퍼 목사' 최일도씨가 “진정한 행복은 내면에서 나온다”고 말문을 열었다.
방송인 조영남씨는 “태어날 때 신은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행복반 불행반 기쁨반 슬픔반 이렇게 공평하게 주어졌다. 나쁘다고 여겨진 불행도 삶의 부분 끌어안아야 한다. 기존에 알려지기가 나쁘다고 잘못 알려졌을 뿐이다. 세상에 태어났으면 당연히 불행과 슬픔도 끌어안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그것이 온전히 신이 원하는 인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학 강사 최윤희씨는 “직장생활 할 때 정말 나쁜 상사를 만났다. 그 사람 때문에 늘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저사람 때문에’를 ‘덕분에’로 바꾸자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 사람 덕분에 극기훈련하는거야, 저사람 덕분에 인격수양하는거야’ 라고 생각하자 내가 편해지고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방송은 경제규모에서는 세계 11위의 수준에 위치해있지만 삶의 질에서는 세계 28위(UNDP 조사)를 차지해 극심한 대조를 보이고 있고, 세계 각국의 주관적 행복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점 만점에 1점 정도로 우간다와 비슷한 수준에 달하는 ‘행복하지 못한 한국사회’ 를 조명해보는 의미 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배려>(위즈덤하우스. 2005)의 저자 한상복씨가 이날 방송에 출연했다면 “행복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언제든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라고 말했을 것이다.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지 않다 보니 자꾸 허상만을 좇게 되는 거야. 그래서 박탈감을 느끼고 남의 탓만 하는 거지. 지금 처한 현실이 어렵다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게,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인생은 없지. 모든 것은 스스로 선택한 데 따른 결과물이야. 그걸 솔직하게 인정해야 하네. 그게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야.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거야”(본문 중)
자기계발서를 ‘우화’의 형식으로 풀어나간 저자는 행복을 잃어버린 주인공 위에게 직장 상사의 목소리를 통해 행복의 조건을 되짚게 만든다.
표제 ‘배려’는 아스퍼거 신드롬(Asperger Syndrome), 남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일종의 장애를 뜻하는 의미에서 쓰였다. 책에 따르면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기 세계 속에만 갇혀 있다. 아스퍼거는 이기적인 성격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기적인 사람은 남의 입장을 알면서도 자기 욕심 때문에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만 아스퍼거는 애초 남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는 아스퍼거를 사회적 의미로 확대시켰다. 자신밖에 모르고, 나눌 줄 모르며,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무자비한 아스퍼거들이 세상에 의외로 많음을 이야기한다.
달라이 라마 식의 인도주의적 ‘용서’와 ‘배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병리적 현상으로 ‘배려’와 ‘행복’의 뿌리에 접근한 차분한 시선이 돋보인다.
‘우화’의 형식도 주목할 만 하다. ‘주입식’이 아닌 ‘참여식’ 독서를 유발하는 전개방식은 전문경제매체에서 12년간 취재기자를 해온 저자의 필력으로 완성됐다.
타부서 상사의 지적으로 위축이 된 위를 고객만족센터의 상담 장소로 데려간 직장상사는 상담원들이 가진 천차만별의 표정을 보여주며 ‘행복의 조건’에 대해서 말한다. 밀려오는 전화에 짜증이 날만도 하건만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까지 행복한 미소를 전하며 상담중인 한 상담원을 보며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눈다.
“뭔가...즐거운 일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 즐거운 일이란 게 뭘까”
“그거야 저도 모르죠. 들어가서 물어볼까요”
“그럴 필요 없어. 자기일을 즐기고 있는 거니까”
직장인은 비평가와 창조자로 나뉜다. 짜증나는 상담에 쓰고 있던 헤드셋을 던져버리는 상담원이 비평가라면 힘든 상담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주변사람에게까지 시너지를 전하는 상담원은 창조자다. 하루의 10시간 이상을 회사일에 쓰는 대부분의 직장인들. 누구나 자신의 능력은 높고 귀하게 평가한다. 그런데 세상은 항상 그 평가보다 낮은 일을 맡긴다고 생각하는데서 불만은 시작된다.
그러나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누가 이 직업을, 이 직장을 선택했는가. 자신의 선택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즐거운 창조자가 되겠는가 아니면 불평불만이 가득한 창조자가 되겠는가.
책의 의미심장한 질문은 긴 여운을 남긴다. ‘주입식’ 훈계에서 자유롭게 탈출한 책의 화법만큼 가치 있는 내용들도 풍성하다.
아이엠리치 정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