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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 과 건강

신점숙작가 2009. 4. 14. 11:13

정상열

대한조리제과기술학원 원장

가톨릭상지대학 식품영양과 겸임교수

 

 

먹는 게 남는 거라지만 그것도 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 영양 부족 보다는 영양 과잉이 문제인 시대다. 많이 먹어 남는 건 뱃살과 심혈관계 질환, 성인병뿐이다. 암, 당뇨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생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생식이란 식물성 식품을 비가열 상태 그대로 섭취하는 식사법이다. 가열 조리된 음식에 비해 섬유질, 효소, 비타민, 무기질과 같은 영양소의 파괴가 적다. 생화학 반응을 활성시키는 효소를 원형 그대로 우리 몸에 전달해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 신체의 자연 치유력이 향상된다. 생효소를 섭취하게 되면 영양소가 당질 분해보다는 면역 기능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곡류의 겨층과 배아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체내 유해물질과 중금속을 흡착 배설해 노폐물 제거에 도움이 된다. 관상동맥증 환자에게 곡류, 해조류, 콩류를 혼합한 아침식사를 16주 동안 공급한 결과 혈당 인슐린이 낮아지고 동맥 경화증 위험 요소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생식의 원료로는 근채류와 엽채류(감자, 고구마, 연근, 우엉, 미나리, 산나물, 앵배추, 토란, 당근, 호박, 도라지, 쑥, 무청, 칡, 마 비트 등), 버섯류(목이, 석이, 표고, 운지, 영지버섯), 곡식류(현미, 보리, 밀, 흑임자, 검정콩, 들깨, 차조, 수수, 옥수수, 콩, 팥, 깨, 율무, 찹쌀), 해조류(김, 미역, 다시마, 파래), 과일류와 과채류 등의 20~40여 종류의 식품이 이용되고 있다.

섭취 방법은 분말 제품의 경우 물, 두유, 우유, 주스, 음료 등에 타서 마시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으깬 곡류, 두류, 콩류나 완전고형 제품은 입에 넣어 씹은 후 물을 마시거나 음료를 먹고 채소와 과일 등을 함께 곁들여서 먹기도 한다.

생식은 무엇보다 신선도가 중요하다. 저장을 제대로 못하면 생식의 장점이 반감된다. 곡류는 통풍 및 환기가 잘 되는 창고에 저장하거나 냉장 및 동결 보관한다. 채소 및 과일은 신문지에 싸두거나 세정 후 랩, 지퍼 팩에 밀봉해 냉장 보관한다. 먹을 만큼만 수시로 구입해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영하 30℃ 이하에서 수분을 건조시켜 분말로 만드는 동결건조도 좋은 방법이다.

생식은 시작하기도 힘들지만 계속 유지하기도 힘들다. 맛과 질감이 좋지 않은데다 소화가 잘 안 되는 단점도 있다. 아무리 영양소가 높고 건강식이라 할지라도 풍미, 향미, 질감 등의 기호가 충족되지 못하면 장기간의 섭취가 불가능해 중도 포기하게 된다. 곡류, 서류, 두류 등에 많이 함유된 섬유소는 소화를 방해할 뿐 아니라 다른 영양소의 체내 흡수율을 떨어뜨린다. 보통 곡류와 서류는 생식보다 가열시 소화율은 높고, 영양소 흡수는 낮다. 따라서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양을 조금씩 줄이거나 과학적인 처리를 통해 곡물 껍질을 분해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콩류에는 단백질의 소화를 저해하는 안티트립신(antitrypsin)이 있어 다량 섭취 시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가공식품이 넘치는 세상이다. 그 대척점에 생식이 있다. 전자는 편하지만 건강에 해롭다. 후자는 건강엔 좋지만 불편하다. 생식만을 고집하면 중도에 포기하기 십상이다. 성인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보통 식사와 함께 병행하는 것도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