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병원광고 시장이 열린다
의료광고 규제완화 급물살…"광고시장 10배 이상 성장"
김상기기자 bus19@ehealthnews.net
머지않아 의료광고 규제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의사의 의료행위 능력이나 진료방법에 대한 일률적 규제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은 27일 안과 전문의인 최모씨가 의료광고를 제한한 의료법 46조3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헌재로부터 위헌 결정이 내려진 의료법 46조 3항을 보면 '누구든지 특정의료기관이나 특정의료인의 기능·진료방법·조산방법이나 경력 또는 약효 등에 관하여 대중광고·암시적기재·사진·유인물 ·방송 ·도안등에 의하여 광고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을 통해 "의료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요하므로 일반 상품이나 용역과는 차이가 있으며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는 것이므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의료인 간의 불공정한 과당경쟁을 막기 위하여 의료광고에 대한 합리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 조항이 의료인의 기능, 즉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능력이나 재능 및 진료방법에 대한 광고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규제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정의했다.
헌재는 특히 "객관적인 사실에 기인한 것으로서 소비자에게 해당 의료인의 의료기술이나 진료방법을 과장함이 없이 알려주는 의료광고라면 이는 의료행위에 관한 중요한 정보에 관한 것으로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도움을 주고 의료인들 간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므로 오히려 공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결국 일률적으로 의료인의 진료방법을 금지시켜 놓은 현행 의료법이 위헌이라는 것으로, 법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 따라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의료광고 규제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여진다.
복지부는 이미 지난 5월 발표한 '의료개혁 방안'을 통해 앞으로 TV와 라디오 등 방송매체 광고를 허용하고, 병원의 시술방법이나 의사의 학력 등에 대한 광고를 허용하는 쪽으로 의료광고 규제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른 후속 작업으로 공정위는 현재 의료광고의 범위 제한 규제에 대해 외부기관의 심의를 진행중인 상태.
조만간 공정위가 외부기관의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경제정책조정회의 또는 국무회의 보고 등을 통해 규제개선 방안을 마련하면, 이르면 연내에 복지부가 정부입법으로 의료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여진다.
인터넷 홈피 의료광고 규제도 대폭 완화될 듯
의료광고 규제 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의료광고 규제 완화 방안도 적극 개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이날 판결에서 "인터넷의 확산으로 의료인의 기능과 진료방법에 관한 정보를 광고하는 것을 금지할 경우 그 단속의 실효성과 형평성이 문제된다"고 지적하고 "현실적으로는 의료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해 소속단체나 전문학회별로 일정한 인증제도를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한 광고를 규제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즉 의료기관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의료광고에 대해서는 법적인 규정보다는 의료계의 자율적인 규제에 맡기는 낫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요즘 들어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병원 홍보가 각광을 받으면서 의료기관 홈페이지에 대한 민원이 부쩍 증가하는 실정이다.
복지부는 물론 각 지자체 보건소를 통해 병의원이 운영하는 홈페이지가 의료법의 의료광고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민원제기가 잇따르면서 병원마다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에 따른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병원 홈페이지는 이미 중요한 의료광고 수단이 됐다. 그러나 명확한 관련규정이 없어 홈페이지 운영에 따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의료광고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 규정에 따라 홈페이지를 제작하면 병원 이름과 위치소개 외에는 거의 소개할 만한 내용이 없는 상태인 데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데 따른 명확한 규정이 없는 탓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결국 복지부가 추진중인 의료법 개정안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완화 및 명확한 법규정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광고 규제 완화시 병원광고 시장 10배 이상 성장"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가 크게 완화될 경우 내년을 기점으로 병원광고 시장의 급성장이 예견된다.
병원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기준으로 국내 총 광고비는 5조8543억원으로 이중 의료·제약 부문의 광고비는 총 1831억6400만원으로 전체 시장의 4%를 차지했다.
이어 2001년에는 의료·제약 부문의 광고비가 2941억8000여만원으로 전년 대비 22.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광고 규제가 완화되면 전체 광고시장에서 의료·제약 부문의 광고비중이 4%에서 선진국 수준인 7%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병원컨설팅 전문업체 관계자는 "만약 우리나라에서 최소한 일본 수준 만큼 의료광고 규제완화가 이뤄진다면 광고비는 10배 이상, 광고에 참여하는 병원은 지금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의료광고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재정상태가 넉넉한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도리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환자유치를 위해 대형병원, 혹은 재정이 풍부한 의료기관이 적극적인 의료광고를 내보낼 경우 해당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의료광고 지출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비용부담이 환자들에게 전가돼 의료비 지출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적지않다.
실제 이번 헌재 판결에서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의료인의 기능과 진료방법에 관한 광고가 무조건 허용될 경우 의료인들 간에 과당경쟁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 의료제도의 안정성을 해치고, 국민들과 의료보험공단 등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의료비를 지출하도록 하는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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