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세계여행가 신점숙작가

박동희의 베이스볼2.0] 돔구장, 서울과 부산 아니면 의미 없다 본문

▷♣[희정의돋보기세상]/자유게시판

박동희의 베이스볼2.0] 돔구장, 서울과 부산 아니면 의미 없다

신점숙작가 2009. 12. 2. 19:25

한국야구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올 초 열린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을 거두자 ‘이번만은 꼭 돔구장을 짓자’는 야구계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치인들과 지자체 관계자들도 어느 때보다 돔구장 건설에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주장과 호소만 난무하지, 합리적인 자료와 현실적인 청사진이 없게 때문이다.
<스포츠춘추>가 국내 돔구장 전문가인 부산 동명대 전용배 교수와 함께 과연 한국에 돔구장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한국형 돔구장은 어떤 모델이 바람직하고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살펴봤다.


안녕하세요. 전용배 교수님. 반갑습니다.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부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자, 여기 앉으시죠.

(주변을 둘러보며) 언뜻 보면 교수 연구실이 아니라 야구팬의 개인서재 같습니다. 그만큼 야구 관련 서적이나 사인볼로 가득한데요. 실제로도 대단한 야구팬이시죠?

야구를 다른 스포츠 종목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야구가 스포츠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야구는 학문적으로도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종목이기에 묘한 재미가 있습니다.

부산 동명대 전용배 교수는 "돔구장을 짓되 과학적으로 짓자'는 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야구는 ‘9명으로 편을 이룬 두 팀이 9회에 걸쳐 서로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여 거기서 얻은 득점으로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이지만, 시각을 넓힌다면 스포츠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인력과 돈이 투입되는 매머드 산업이 아니겠느냐 싶습니다.

그렇지요. 미 메이저리그(MLB)만 봐도 전체 시장규모가 200억 달러(약 24조 8천억 원)에 이릅니다. 고용창출규모도 50만 명 이상이에요. 야구는 산업이에요. 그것도 대단한. 요즘 국내에서 한창 논의되고 있는 돔구장만 해도 그래요. 건설비만 2천억 원 이상이 들고 고용창출 효과도 1천 명이 넘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야구는 정말 단순한 공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돔구장 왜 필요한가?

야구가 단순한 공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듯, 돔구장에 대한 논의도 심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문 하나 던지겠습니다. 돔구장이 왜 필요한 걸까요. 그리고 ‘꼭’ 있어야 하는가요.

있으면 좋지 않겠어요?(웃음). 그 이야기에 앞서 미국과 일본이 왜 돔구장을 만들었는지 살펴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1965년 텍사스주 휴스턴에 건립된 애스트로돔이 미국 최초의 돔구장입니다. 이는 세계 최초이기도 한데요. 올 초 WBC 취재차 미국에 갔을 때 그곳 야구관계자들이 애스트로돔이 건립된 가장 큰 배경으로 ‘모기떼’를 꼽는 걸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여름철 모기떼가 하도 많아 야구팬들이 정상적인 관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던데요. 그러니까 세계 최초의 돔구장은 야구팬들에게 더욱 쾌적한 관전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돔구장 논의가 한창인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돔구장을 거시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역시 야구팬, 즉 고객이겠지요. 미·일 두 나라의 돔구장 건설 배경에 대해 조금 더 덧붙이겠습니다. 말씀하신 애스트로돔 개장 이후 미국엔 7개의 돔구장이 생겼습니다. 광활한 대지만큼이나 지역별 건립 배경도 제각각이었는데요. 미 북부지역은 원체 추위가 심하고 눈이 많이 내려 돔구장이 절실했습니다. 사막이 많은 남부지역과 허리케인의 피해가 심한 동남부도 기후적 영향으로 돔구장을 고려하게 됐습니다.

일본도 미국처럼 기후 때문에 돔구장을 선택했습니다. 특히나 장마철엔 리그를 중단해야 했기에 각 구단은 큰 손해를 봐야 했습니다. 1988년 완공된 도쿄돔은 그러한 고민 끝에 탄생한 일본 최초의 돔구장이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4계절이 존재하고, 장마가 긴 한국이야말로 돔구장이 제격인 나라일 것입니다.

가장 최근인 2001년 완공한 삿포로돔은 422억 엔의 총 공사비가 소요됐다 (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그렇군요. 야구계에서 돔구장을 절실히 바라는 것도 기후영향을 받지 않고 1년 내내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WBC와 아시아시리즈 등 국제대회를 치르려면 돔구장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는 게 야구계의 일관된 목소리입니다.

제2회 WBC도 3월에 열렸지요. 그즈음 하면 한국은 야외경기를 하기엔 다소 추운 날씨입니다. 그러나 돔구장이 있다면 예외겠지요. 일본은 도쿄돔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갖가지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있어요. 우리가 무슨 대회만 있으면 일본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에요.

돔구장이 있다면 외국야구와의 교류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뜻인데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장점을 뻔히 알면서 그간 돔구장 건설을 외면했던 것일까요.

뒤에서 말씀드리겠지만 우리는 경기장의 공공재적 성격을 간과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지자체에서도 왜 경기장이 필요한가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고요. 그렇다고 지자체만 비난할 것도 없습니다. 연고지에 프로팀이 왜 있는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지자체에 인식시키는 데 실패한 구단들도 책임이 있습니다. 여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었겠지요.

경기장의 공공재적 성격은 모든 종목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여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는 돔구장 건설의 실질적인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해요.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야구는 어떤 의미에서든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며 이 사회와 구성원들에게 큰 즐거움과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그리고 돔구장은 야구에서 가장 필요하고 적격인 스포츠 시설입니다. 여타 종목 형평성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돔구장 성공배경 세 가지

2007년 5월 안산 돔구장 양해각서 체결 당시 기자회견 현장. 신상우(사진 왼쪽에서 두번째)KBO 전 총재는 사라졌고 양해각서도 휴지조각이 됐다. 최근 안산 시의회는 시의 돔구장 계획안을 부결했다(사진=스포츠춘추)

돔구장의 장점은 이외에도 무수히 많을 겁니다. 자, 이토록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돔구장을 짓겠다고 지자체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서울, 대구, 안산시가 대표적인데요. 이 가운데 안산시가 꽤 적극적입니다. 안산시는 2007년 현대컨소시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돔구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고요. 지난 4월에는 WBC를 개최하겠다며 이를 위해 3만 석 이상의 폐쇄식 돔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2007년 MOU 체결 현장에 있었습니다만, 뭐랄까요. 돔구장이 목표가 아니라 23만 평 규모의 복합문화시설 개발사업의 명분을 위해 돔구장이 필요한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솔직히 ‘이분들이 돔구장을 얼마만큼 고민했을까’ 란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왜냐? 당시 계획안이 현실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산시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데도 관계자들이 예상한 돔구장 건립비는 무려 7~8천억 원이었습니다. ‘개폐식 돔구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주장이었는데요. 하지만, 1993년 준공된 일본 최초의 개폐식 돔구장인 ‘야후저팬돔(옛 후쿠오카돔)’의 순수 공사비는 우리 돈으로 4천억 원 남짓이었습니다. 여기다 MOU 체결 전까지 폐쇄식이었던 돔구장이 갑자기 개폐식으로 바뀐 것도 웃지 못할 촌극이었습니다.

시의 높으신 분이 그랬다고 하네요. “기왕 짓는 김에 보기 좋게 개폐식으로 하자”고. 무슨 돔구장 건립이 아파트 베란다 인테리어 공사도 아니고, 그분께서 공사비를 전액 부담하는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척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안산 돔구장은 모두에게 후유증을 안길 수 있어요.

후유증이요?

네. (손가락을 펼치며) 돔구장이 성공하려면 일단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우선 수익사업을 위한 복합화 시설이 필요합니다. 도쿄돔만 해도 돔구장만 있는 게 아니라 ‘도쿄돔시티’라 해서 놀이동산과 호텔이 갖춰져 있어요. 야후 돔도 바로 옆에 호텔, 쇼핑몰, 해양공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산 돔은 단원시청과 주상복합아파트, 백화점 입점 계획만 있을 뿐이에요. 돔구장 건립 후 공사비와 운영비를 뽑기 위한 대책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돔구장 성공배경 두 번째 조건은 무엇인가요.

접근성입니다. 일본 야구장은 거의 모두 도심에 있어요. 돔구장은 더합니다. 지하철과 연계가 기가 막히게 잘 돼 있어요. 미국도 돔구장은 도심에 많아요. 물론 야외구장은 시내가 아닌 가까운 외곽지역에 몰려 있어요. 하지만, 야구장 주변 도로망이 잘 발달해 있고 넓은 주차공간이 확보돼 있어 불편이 없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 주차장은 케냐국립공원처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그렇다면, 안산은 어떤가. 3만 명 이상이 돔구장을 찾았을 때 이 인원을 감당할 수 있는 지하철과 셔틀버스, 아니면 도로망과 주차장을 갖추고 있는가. 제가 알기엔 이와 관련된 논의나 대안이 거의 제시되지 않은 걸로 알아요.

미 MLB 다저스타디움 주차장 전경. 드넓은 초원처럼 주차장이 한없이 뻗어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저도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돔구장 성공배경 세 번째가 궁금합니다.

(목소리에 힘을 주며) 명문구단입니다. 정규시즌이 133경기라 할 때 최소 홈에서 66경기가 열립니다. 이때 관중이 가득 차지 않으면 채산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물론 처음엔 돔구장이 신기하니까 찾는 이가 많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야구는 결국 구장이 아니라 팀을 응원하는 스포츠입니다.

안산시에선 새로운 구단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긍정적인 발상인 것은 확실해요. 하지만, 야구는 역사와 전통의 스포츠입니다. 아무리 슈퍼스타들로 팀을 만들어도 팀 역사가 짧고 연고지와의 관계가 불분명하면 인기구단에 그칠 뿐 명문구단이 될 수 없습니다. 그 팀을 좋아하는 것과 그 팀을 응원하기 위해 구장을 찾는 건 다른 행동입니다. 팀 인기가 높고 지역적 연고가 확실한 명문구단이 돔구장을 쓰지 않는 한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이 명증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1997년 완공된 교세라 돔은 야구 이외 이벤트를 개최하기 위해 지붕과 조명의 높낮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를 갖췄습니다. 특히나 음향부분에 많은 투자를 해 어떤 콘서트장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세금을 체납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습니다.

홈 구단인 오릭스 버펄로스가 명문구단이 아니라 관중동원력이 기대 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교세라 돔 입주 상인들이 “한신 타이거스 경기 수를 늘려 달라. 그렇지 않으면 장사를 포기하겠다”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돔구장 성공배경을 하나 더 꼽으라면…. 절대적 배경은 아닙니다만, 인구를 꼽을 수 있을 듯해요.

아무래도 지자체 인구가 많아야 돔구장을 찾는 이들도 많아지겠지요.

학술적으로 ‘딱’ 이거다 하고 명확하게 나온 자료는 없습니다만 대개 미국과 일본은 100만 명, 한국은 200만 명 이상의 도시에 돔구장이 들어서는 걸 정설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라면 인구 80만 명가량의 안산은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미국은 중소도시를 연고지로 한 프로팀이 많습니다. NFL(북미프로축구협회)만 봐도 인구 10만 명의 소도시 그린베이에 풋볼팀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풋볼은 그게 가능합니다. 정규시즌 경기 수가 16경기에 지나지 않아요. 홈경기는 절반인 8경기입니다. 스포츠 경기라기보다 대형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해요. 한 번 홈에서 경기가 열렸다 하면 열일 제쳐놓고 뛰어가는 미국인들을 보세요. 하지만, 야구는 다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에 16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요. 매일같이 관중이 와야 한다는 뜻이에요. 당연히 어느 정도 인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MLB 인기구단을 자세히 보시면 그 순위가 연고지 인구순대로 정렬돼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LA 다저스, 시카고 커브스 등 MLB 최고 인기구단들은 예외 없이 대도시에 연고를 두고 있습니다. 보스턴도 보스턴권 시민을 합치면 대도시입니다.

대구 돔구장을 둘러싼 논란

전 교수께서 제시한 연고지 인구 200만 명을 기준으로 한다면, 인구 250만 명의 대구가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은데요. 대구는 2002년부터 끊임없이 돔구장을 짓겠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돔구장 부지까지 제시하는 등 당장에라도 삽을 뜰 기세입니다.

대구는 인구와 명문구단의 존재 여부에서 돔구장이 건립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합화 시설 여부와 접근성에서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역시 돔구장 예정지가 문제겠지요.

(고개를 끄덕이며) 시에서 생각하는 대구시 수성구 대흥동 월드컵경기장 일대 체육공원은 건축 면에서는 제한이 없어요. 대구·경북자유구역 지정지인 만큼 규제도 덜 합니다. 무엇보다 시에선 돔구장을 짓는 기업에 자유구역 지정지의 개발권을 주겠다는 생각인 만큼 민자유치를 위한 동기부여는 확실히 제공해주고 있어요. 하지만, 접근성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고 20분 이상을 걸어와야 해요. 도로도 미흡해 차를 몰고 오기도 어렵습니다.

특히나 원체 도로망이 허술하여서 경기가 끝나고,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끔찍한 교통체증을 겪어야 합니다. 복합화 시설도 그래요. 워낙 시내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돔구장에 쇼핑센터를 입주시켜도 그걸 이용할 이들이 있을까 싶어요.

대구시가 계획 중인 대구체육공원 내 돔구장. 조감도에서도 보듯 주변이 허하다(사진=대구시)

두류공원 일대와 대구 시민운동장 자리도 유력한 후보지에 올랐습니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탈락했는데요.

돔구장이 들어서기엔 두류공원만 한 곳이 없어요. 주변에 우방랜드란 놀이공원이 있고, 도심에서 접근성도 좋습니다. 하지만 ‘대구의 허파’라 불릴 정도로 자연녹지지역입니다. 여기다 표고 차가 최고 30m가 되기 때문에 부득이 산을 깎아야 하는데 이때 공원녹지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야구도 좋지만, 환경도 생각해야 하지요. 그리고 복합화 시설이 들어서는데도 제한이 있습니다.

대구 시민운동장은 접근성과 야구장의 연속성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만, 공사 기간에 대체구장이 없다는 것, 그리고 야구장 수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자칫 제자리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구 돔구장의 최적지는 어디일까요.

대구시가 예정하는 지역보다 조금 앞에 보면 접근성이 좋은 부지가 남아 있습니다. 시 소유의 땅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 예정지보다 접근성과 교통에서 훨씬 좋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대구 야구장의 문제는 돔구장이 아닙니다.

그럼?

시의 이정표로써, 노후 야구장의 대체 구장으로써, 종합문화공간으로써 돔구장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그러나 건축비와 대구시의 재정규모를 고려하면 지금 돔구장을 짓는 건 분명히 무리입니다. 일본 교세라 돔이나 미국 로저스 센터처럼 감당 불가능한 돔구장을 짓다간 자칫 상습 세금체납과 파산까지 갈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앞으로 돔구장이 가능한 설계를 바탕으로 야외구장을 짓는 게 보다 합리적인 구상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야, 야구장도 빨리 지을 수 있을 테니까요.

야구장은 사회 공공재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돔구장 건립의 당위성은 수차례 논의가 됐습니다만 ‘어떻게’란 부분이 늘 빠져 있었습니다. 야구인들도 돔구장을 지어달라는 하소연만 할 게 아니라 돔구장을 누가,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에 대한 자료를 준비해 지자체와 정부를 '설득'하는 게 필요하단 생각입니다.

그전에 야구장을 포함한 체육시설의 바른 이해가 필요할 듯합니다. 기본적으로 경기장은 사회 공공재적 성격이 강합니다. 도로, 항만, 다리처럼 말이지요. 공공재의 성격 가운데 하나가 수요보다 공급이 적다는 것입니다. 아예 수요를 무시하고 공급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야구장이 그렇지요. 지난해 야구장에 500만 관중이 몰렸습니다만 전국엔 단 53개의 야구장이 있을 뿐입니다. 제대로 관중석이 갖춰진 곳은 절반도 되지 않아요.

미국을 예로 들면 과거 MLB 야구장은 대개 구단 소유주들이 돈을 내 지었어요.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며 지자체가 야구장 건설의 주체가 됐습니다. 2007년 MLB 야구장의 소유현황을 보면 시 소유가 21개에 이릅니다. 공동소유는 2개, 구단소유는 6개, 제3자 소유는 1개에 불과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습니다. 미국에선 야구장을 사회 공공재로 인식한다는 의미입니다.

사회 공공재는 정부 재정에 의해 공급돼 모든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합니다. 대개 민간에서 수행할 수 없는 도로, 항만, 다리, 국방, 경찰업무 등입니다. 정부가 체육시설에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부에선 차라리 도서관을 짓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체육은 사회의 건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독일을 예로 들지요.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완전히 파괴된 스포츠시설을 복구해 국민의 건강증진과 인성회복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의 ‘골든 플랜(Der Goldene Plan)’을 주창했습니다. 실제로 ‘골든플랜’이 주창되자마자 독일 전역에 체육관과 운동장이 생겨났습니다. 독일 정부는 7명 이상만 신청하면 누구나 클럽을 만들 수 있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런 덕분에 현재 독일에는 약 8만 5천 개의 스포츠클럽이 있고 총 회원 수는 2천800만 명에 이른 답니다.

당연한 결과로 독일은 정부의 의료비 부담이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국민의 삶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고요. 무엇보다 국민이 패전의 고통에서 치유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요즘처럼 불경기에 청년 실업이 증가하면서 사회가 우울할 때는 체육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육체 활동을 하거나 볼 수 있는 경기장이 필요합니다.

미 MLB 구장들은 과거에는 구단 소유주들의 자비를 털어 짓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경기장이 사회 공공재라는 사회적 함의가 이뤄지며 차츰 지자체의 지갑이 열리기 시작했다(사진=스포츠춘추)

야구장이 사회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면 돔구장 건설의 주체도 정부나 지자체가 돼야 한다는 말인데요.

앞서 미국 야구장의 소유현황과 건설 주체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한 가지 빠트린 게 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구장 건설 주체가 지자체에서 지자체와 구단이 함께 주도하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야구팀 유치 혹은 연고지 유지를 위해 지자체가 야구장 신축재원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바람에 시 재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 시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며 구단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어요.

그 말씀은 구장이 사회 공공재 성격이긴 하나, 시 재정을 고려할 때 민간자본의 참여가 수반돼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정확합니다. 돔구장만 보지요. 대개 돔구장은 3천억 원 이상의 재원이 드는 대공사입니다. 미국은 일부 주의 경우 2만 500천 달러 이상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합니다. 만약 미국의 한 도시에서 3천억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돔구장을 짓는다면 주민투표를 거쳐 증세할 것이고, 주류와 담배 그리고 식당, 호텔 등에 붙는 판매세를 높일 것입니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에서 보조금을 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돈을 모으는데도 한계와 무리가 따릅니다. 이때 필요한 게 민간자본입니다.

민간자본이란 매우 다양한 형태입니다.

그렇지요. 일단 구단이 건립비를 조달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겠고요. 구장명칭을 판매할 수도 있고, 스카이박스 등 좌석판매를 통해 재원을 충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밖에 복권, 기업컨소시엄 채권발행도 민간자본의 한 형태입니다.

그건 일본도 비슷합니다. 일본의 돔구장은 6개 모두 별도 주식회사 소유입니다. 임창용 선수가 뛰는 도쿄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홈인 메이지 진구 구장은 종교법인, 고시엔구장은 한신 전기철도, 지바 롯데 말린스의 마린 스타디움은 시 소유로 구단 위탁이며 나머지 전 구장은 시 소유입니다.

일본은 대개 야구장을 지을 때 야외구장은 지자체가 부담합니다. 반면 돔구장은 주식회사 형태의 민간자본과 지자체와 민간자본이 공동참여하는 형태로 나뉘는데요. 전자는 도쿄돔, 후쿠오카돔, 세이부돔이고 후자는 교세라 돔, 나고야 돔, 삿포로 돔입니다. 특이한 건 지자체의 재원이 시, 현의 보조금과 지역경제계의 지원금으로 이뤄진다는 겁니다.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신구장도 지역경제계가 알음알음 모은 지원금을 갖고 세워졌지요.

일본도 구장명칭권을 판매해 재원 충당을 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야후 돔은 5년간 약 25억 엔, 풀케스트 스타디움 미야기는 2년간 3억 엔을 받고 명칭권을 내줬지요.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려 만약 돔구장을 짓는다면 그 소유와 재원조달은 어떤 식이 돼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먼저 국내 야구장 소유현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의 야구장은 전부 시 소유입니다. 지자체와 국가보조로 건축이 됐고요. 운영형태는 구단 위탁이 많습니다. 만약 돔구장을 짓는다면 돈이 얼마나 드느냐? 대구를 예로 들겠습니다. 2008년 1월 동우E&C가 대구시에 제출한 ‘대구야구장 건설’용역보고서를 보면 야외구장을 지을 때 사업비는 대략 2천억 원 선이었습니다. 돔구장은 3천7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바로 경제성 분석입니다.

도쿄돔 관계자는 구장 매출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흑자이긴 하나 흑자폭이 어느 정도 인지 공개를 꺼리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시가 용역으로 한 보고서이니만큼 긍정적으로 기술돼 있었을 것 같은데요.

(손을 내저으며) 아닙니다. 야외구장이 됐든 돔구장이 됐든 ‘경제성 없음’으로 나왔습니다. 대구체육공원에 야외구장을 지을 경우, 부대시설을 포함해 총 2천414억 원이 투입되는데 이중 시가 1천257억 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돔구장은 같은 자리에 지을 시 4천118억 원이 투입되는 가운데 시에서 2천296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시 부담률이 야외구장은 52.0%, 돔구장은 55.8%에 해당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대구시가 돔구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2천296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소린데요. 그 돈이 있을까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없다고 보는 게 좋겠지요. 설령 있다손 쳐도 시로선 재정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제 생각엔 돔구장이 지어지고 나서도 고민은 계속 된다고 봅니다.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취재차 도쿄돔에 갔을 때 도쿄돔주식회사 관계자로부터 돔구장과 관련돼 이야기를 나눈 바 있습니다. 그 가운데 생각나는 게 도쿄돔의 운영경비였습니다. 도쿄돔에서 아무 행사도 치르지 않고도 하루 얼마가 지출되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하루 950만 엔(약 1억 2천500만 원)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까 돔구장은 야외구장보다 소방법이 엄격하게 적용돼 소방 설비의 설치와 점검 유지에 많은 돈이 든다고 하더군요. 여기다 도쿄돔은 공기막 구조라, 온종일 바람을 내뿜지 않으면 금방 지붕이 꺼지고 맙니다. 이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모든 경기 조명을 켜고 해야 하기에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물론 경기가 있는 날엔 인건비가 늘어 유지비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도쿄돔 1일 대관료가 1천750만 엔이었습니다. 연간 입장수입으로만 도쿄돔이 버는 돈이 40억 엔(약 528억 원)이었습니다. 주니치 드래건스의 홈구장 나고야 돔은 연간 25억 엔(약 33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언뜻 돔구장의 연간 수입만 보면 충분히 운영경비를 댈 것처럼 보입니다. 어떤 이들은 도쿄돔의 2008년 매출이 1조 2천700억 원에 이른다며 한국 돔구장도 반드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그런데 간과한 게 있습니다.

도쿄돔과 나고야 돔은 경기마다 4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찬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외야 후미진 좌석에 2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내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하고도 나고야 돔이 적자라는 걸 아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도쿄돔 역시 도쿄돔시티 전체 매출이지 도쿄돔 단일 매출이 아닙니다.

어느 정치인 말처럼 ‘기왕 짓는 김에’ 개폐식 돔구장을 멋있게 지을 때 연간 500억 원에 가까운 운영비(이자 포함)가 듭니다. 일본의 삿포로 돔과 야후 돔이 그랬으니까요. 사정이 이런데 대구에 개폐식 돔이 생긴다고 치지요. 한해 500억 원의 돔구장 운영비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요.

참고로 지난해 대구구장엔 38만 7천231명이 입장해 경기당 평균 6천147명의 관중을 기록했습니다. 홈경기 수입으로 삼성이 가져간 돈은 불과 10억 5천513만 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대구시는 구장 임대로 얼마나 벌었나 볼까요.

삼성은 다른 도시의 팀들보다 구장 임대료가 비쌉니다. 대구시에서 입장수입의 15%를 떼가는데요. 그렇게 떼가고도 대구시가 한해 버는 관중수입은 2억1천983만 원입니다. 여기다 매점수입과 광고수입을 다 합쳐도 대구시는 프로야구를 통해 고작 10억 원의 돈을 가져갈 뿐입니다. 구장 관리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앞이 깜깜한 수준입니다.

일본 최초의 돔구장 '도쿄돔'. 20년 전의 돔구장이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 지으려면 3천억 원이 든다. 구장은 야구만 하는 곳이 아니라 먹고 마시고 노는 곳이기에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1천억 원에 돔야구장을 지은 곳은 전무하다(사진=스포츠춘추)

자, 냉정하게 생각해보지요. 대구에 돔구장이 만들어진다고 경기당 평균 6천 명이 가는 야구장을 하루 6만 명씩 찾겠습니까. 물가변동폭을 고려할 때 가장 가격상승폭이 둔감한 야구장 입장료를 갑자기 5만 원 이상씩 올린다면 과연 야구팬이 찾아올까요. 경기장이 사회 공공재 성격이고 지자체의 지출이 필수불가결하다고 해도 한해 3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난다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닙니다. 적자도 적자 나름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국과 미국, 일본은 문화 자체가 다릅니다. 한국이 두 나라보다 야구 열기와 관심도가 낮다고 해서 전혀 부끄러울 게 없습니다. 대신 한국은 e-스포츠와 다른 문화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화적 토양과 배경이 다를진대 우리가 두 나라처럼 돔구장을 반드시 세워야지만 야구강국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분명한 오해라고 봅니다. 돔구장은 꼭 필요하지만, 허세로 지어져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돔구장을 세우자고 주장한 정치인의 임기는 유한하나, 세금은 영원하지 않습니까.

돔구장 최적지는 서울과 부산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돔구장을 짓는다면 적자폭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곳이 어디입니까.

서울이나 부산입니다. 일단 두 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도시들입니다. 서울은 연고지 팀이 LG, 두산, 히어로즈 세 팀이나 돼요. 돔구장을 세 팀이 번갈아 가며 쓴다고 가정할 때 돔구장 공실률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부산은 경기당 평균 관중 2만 명을 자랑하는 롯데가 있습니다. 기본 관중 수가 갖춰져 있단 뜻입니다. 특히나 롯데는 용품 판매만 하루 6천만 원에 이를 만큼 뛰어난 마케팅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두 도시는 지하철을 비롯한 교통체계가 다른 도시에 비해 잘 돼 있어요. 접근성이 좋다는 뜻이지요.

지난달 서울시에서 고척동 하프 돔을 완전 돔으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만약 서울에 돔구장을 짓는다면 관중석 규모는 3만 5천 석에서부터 4만 석 사이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최근 세계 추세가 그래요. 야구장도 5만 명 이상은 무의미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왜냐? 야구는 이제 대중화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으니까요. 관중석은 줄이되 구장 수익은 변동 없게 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있어요. 요즘 보면 신규 구장은 거의 전부가 스카이박스, 가족석 등으로 가득해요.

하지만, 서울시가 발표한 고척동 돔구장은 관중석이 고작 2만 명입니다.

(고개를 갸웃하며) 세계 돔구장 가운데 2만 석의 돔구장은 들어본 바가 없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공사비입니다. 서울시는 애초 529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야외구장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2회 WBC 선전 뒤 갑자기 300~400억 원을 더 들여 완전 돔구장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네요.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한국-토고전이 열린 프랑크푸르트의 '발트 스타디온'구장은 비록 축구장이지만 지붕만 개폐식으로 하는데만 1천800억 원을 들였습니다.

‘발트스타디움’은 지붕이 플라스틱 재질이라 야구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외야수들이 공을 잡을 수 없을 만큼 눈이 부실 테니까요. 다시 말해 그걸 야구장으로 했다면 돈이 더 많이 들었을 것이란 소립니다. 일본 세이부돔도 돔구장이 아닌 지붕만 씌우는데 100억 엔(약 1천300억 원)을 썼습니다.

서울시가 5천 명의 사람을 5개의 떡으로 먹이신 예수님입니까. 아니면 마술사입니까. 어떻게 400억 원을 추가해 돔구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건 돔구장을 대형 파라솔이나 텐트 정도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입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고척동 돔구장을 만들고서 다시 3~4만 석 규모의 대형 돔구장을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입니다. ‘돔구장의 천국’ 일본이라도 1도시 1돔구장이 원칙입니다. 하나라도 제대로 지을 생각은 하지 않고 이렇듯 정치적 구호로 돔구장을 이용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오사카 시민의 '세금 잡아먹는 하마'가 된 교세라돔(사진=스포츠춘추)

이야기를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형 돔구장, 모델을 제시해주십시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국내 첫 돔구장은 서울과 부산 두 도시 가운데 한군데서 세워져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짓는다면 지자체가 돔구장을 사회 공공재 성격으로 규정해 예산의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혹여 발생할지 모르는 운영비 적자분을 지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부담할 수 있습니다. 사회 공공재의 적자분에 대해선 시민들도 크게 개의치 않을 테니까요. 연고지 구단도 돔구장 재원마련을 위해 일정 부분을 책임져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새 구장 건립 시 1~60%까지 다양하게 부담합니다만 한국적인 실정을 고려하면 10~30%이 적당하지 않을까 봅니다.

돔구장의 경우 4천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면 구단에서 300~500억 원을 부담하는 게 이상적이겠지요. 대신 구단에 30년 장기 임대권을 준다든가 구장 내 복합시설물 사용권을 주는 등 혜택이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개폐식 돔구장을 원하고 계시지만 일본의 예를 볼 때 거의 무용지물에 가까운 상태임을 파악하면 폐쇄식 돔구장으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개폐식 돔구장이 무용지물이라면 이유가 있겠지요?

개폐식 돔구장의 장점은 날이 좋을 땐 지붕을 연 채 야외구장처럼 쓰고, 날씨가 나쁠 때만 지붕을 닫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천연잔디를 사용할 수 있고 야외구장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 돔구장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지요. 하지만 일본을 보면 개폐식 돔구장일 경우 거의 지붕을 개방하지 않아요. 지붕을 한번 여는 데만 1천만 원 이상이 들고, 악천후가 많아 지붕을 닫은 날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천연잔디가 하루 8시간 이상씩 햇볕을 쬐어야 발육이 가능하다고 할 때 일본식 개폐식 돔구장은 지붕도 안 열고 잔디도 인조잔디인지라,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돈을 낭비하느니 폐쇄식 돔구장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그렇다면 공사비도 줄어들겠군요.

큰 차이는 없어요. 개폐식 돔구장 공사비를 4천억 원 정도로 봤을 때 폐쇄식 돔구장은 그보다 많아야 200~300억 원 정도가 싼 정도입니다.

우리에겐 돔구장을 짓기 위해 노력했던 히로시마가 좋은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1957년 개장된 히로시마 시민구장이 노후화되면서 지역기업 및 시민들이 합동으로 새구장 건설에 머리를 싸매지 않았습니까. 처음에는 돔구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습니다만 결국 3만석 규모의 야외구장로 지어졌어요. 공사비도 돔구장일 경우 300억 엔 이상을 예상했지만 야외구장으로 지으며 90억 엔만 썼어요.

재미난 건 그렇게 ‘우리도 돔구장을 짓자’던 히로시마 야구팬들이 새로 지은 야외구장에 크게 만족한다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히로시마 구장의 문제는 기존 구장의 노후화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돔구장이 아니어도 팬들은 쾌적하게 야구를 볼 수 있다면 야외구장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고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홈구장 '팻코파크'. 야구장 외야가 잔디밭이다. 세계적 추세는 '스타디움'에서 '파크'로 흐르는 중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무엇보다 정치인이나 지자체 관계자들께서 히로시마의 예를 보며 배우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2005년 초 히로시마시와 지역기업 및 시민이 합동으로 조직한 <새 구장 건설 촉진회의(이하 촉진회의)>는 2년 동안 무려 107차례나 연석회의를 가지며 꼼꼼히 새 구장을 연구했다는 것입니다. 시민의 세금과 꿈이 들어가는 구장인 만큼 1엔도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다짐이 배경이었습니다. 돔구장이 정치인의 선심행정으로 지어진다면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좋은 말입니다. 야구장은 야구장 이상의 국민적 합의와 대화가 필요로 합니다. 전문가들의 참여도 이뤄져야 합니다. 야구가 공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듯 돔구장도 야구장 이상의 함의를 갖고 있으니까요.

늦은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박동희의 베이스볼 2.0'은 앞으로도 폭넓고 깊이 있는 야구담론으로 여러분을 찾아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