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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가 신점숙작가

수필/ 부르지 못한 이름 앞에서 - 신 점숙어릴 적,나는 당신을 “엄마”라 불렀고당신은 내 이름을 참 자주 불러주셨다.삶이 고단할수록그 이름을 더 부드럽게 불러주셨던 기억이 난다.어느새 세월은 흘러나는 세상 곳곳을 누비며 살고 있지만,당신을 불러야 할 순간마다나는 목이 메고 만다.“엄마”라는 말이세상에서 가장 따뜻하면서도가장 아픈 단어가 될 줄 몰랐다.당신이 내게 해 주신 모든 것이이제와 돌이켜 보면은혜 아닌 것이 없었다.내가 몰랐던 순간까지도,당신은 나를 위해 기원하고 계셨던 거다.이제 나는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기원한다.매일 아침,눈을 뜨고 남묘호렌게쿄를 부르며그 소리가 당신께 닿기를 바란다.당신이 계신 곳이늘 따뜻하고 평온하기를.당신의 후생이부처님의 길 위에 이어지기를.나는 오늘도마음속에서 당신을 ..

수필 춘삼월에 내리는 눈 / 신점숙삼월, 봄을 기다리는 대지 위로 뜻밖의 눈이 내린다. 벚꽃이 필 준비를 하던 가지 위에, 새순이 막 돋아나려는 들녘 위에 하얀 눈송이가 살포시 내려앉는다. 계절이 변하는 길목에서 봄과 겨울이 마주치는 순간, 그 경계에 서서 나는 한참 동안 눈을 바라본다. 봄눈은 가볍고 조용하다. 소리 없이 내려와 세상을 덮지만,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다. 땅에 닿자마자 이내 녹아버리는 그 덧없음이 오히려 깊은 인상을 남긴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가벼운 옷을 꺼내 입던 사람들은 다시금 몸을 움츠리고, 만물이 소생할 채비를 하던 자연도 잠시 숨을 죽인다. 하지만 그 순간마저도 아름답다. 겨울의 마지막 흔적과 봄의 첫 걸음이 뒤섞이는 이 기묘한 조화 속에서, 나는 삶의 섭리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