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가 신점숙작가
고방오리 [Anas acuta] 본문
고방오리 [Anas acuta]
어슴푸레한 새벽을 비집고 동이 트면서 시화호 철새들의 하루는 시작된다. 힘차게 비상하는 철새들의 군무는 그 자체가 한 폭의 수채화다. 겨울철 ‘진객(珍客)’ 철새가 돌아왔다. 시베리아와 중국대륙을 누비던 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 땅에 어김없이 찾아왔다. 경기 시화호 일대가 그들의 보금자리다. 예년이면 11월 초가 되어야 그들을 볼 수 있었으나 올해는 보름 가량 빨라진 듯하다. 무엇이 그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는지 알 수 없지만 본격적인 철새도래 시즌인 10월말 쯤엔 그 숫자가 경엔 수십만 마리를 헤아릴 것으로 보인다. 봄에서 가을까지가 인간들의 세상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들의 세상이다. 그들의 생활을 방해해선 안 되겠지만 잠시 들여야 보는 것쯤이야 어떠랴. 철새 탐조여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암흑천지를 깨우며 서서히 동이 트고, 어슴푸레한 새벽하늘이 온통 붉게 물들 때쯤 ‘푸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철새들이 비상한다. 큰기러기, 청둥오리, 고방오리 등 다양한 개체가 한꺼번에 만들어내는 집단 군무다. 태양을 배경으로 하는 한 폭의 그림이 만들어 진다.
언제 이렇게 많은 철새들이 이 곳에 왔을까. 절로 탄성이 나온다. 갈대밭 옆으로 청둥오리 2마리가 자멱질을 한다. 먹이감을 찾기 위해 물속으로 얼굴들 들이미니 자연히 다리가 위로 올라간다. 오리들이 연출하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다. 그 자리에서 몸통을 90도 회전을 하는 가 하면 다리를 비비꼬기도 한다. 수초가 물속 깊이 있으면 그 같은 모습이 연출된다고.
갈대숲 사이로 새의 깃털로 보이는 하얀 물체들이 흩어져 있다. 맹금류로부터 작은 새들이 공격을 받아서 생긴 것들이다. 오후 4~5시쯤에는 맹금류가 점차 늘어나 심심치 않게 이 같은 장면이 목격된다. 수만리 길을 날아와 둥지를 틀었다고 편안한 삶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 그 것이 철새들의 삶인가 보다.
그렇다고 인간이 개입할 수도 개입해서도 안 된다. 자연의 섭리에 의해 만들어진, 그래서 누구도 깰 수 없는 그들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철새들의 생명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맹금류가 아니라 인간이 아닌가.
고방오리(영명 : pintail)는 기러기목 오리과의 조류로 몸길이 수컷 75cm, 암컷 53cm이다. 수컷 겨울깃의 머리는 짙은 갈색이고 목 아래에서 머리 뒤쪽으로 흰색 줄이 나 있다. 등에는 연한 갈색 바탕에 흑백의 가는 가로무늬가 나 있고, 중앙의 검은 꽁지깃이 위로 길게 삐져 나와 있다. 암컷은 전체적으로 갈색이며 몸통 깃털에는 검은 무늬가 있다. 영어명 ‘pintail’은 길게 삐져 나온 꽁지깃에서 유래한 말이다. 목이 길어서 수면에서 물구나무선 채로 물속의 먹이를 잘 잡아먹는다.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툰드라의 습지와 북반구 전역에 걸쳐 번식하며 우리나라에는 10월에 찾아와 이듬해 3월 상순까지 머무는 겨울철새다, 겨울에는 많은 개체가 무리를 이루며 해가 진 다음에 먹이가 있는 농경지를 향해 일제히 날아오른다.
산란기는 5월에서 7월이며, 한배의 산란 수는 9개 내외이다. 알은 황록색 또는 황색을 띤 크림색이다. 암컷이 포란을 전담하며 포란기간은 21일이다. 수컷은 암컷이 포란이 시작됨과 동시에 암컷 곁은 떠나며 번식 후 수컷이 남하 이동을 한 30일 후 뒤따라 남하한다. 식성은 여름과 가을에는 수초, 풀씨, 잎, 줄기 등 식물성이지만 산란기 전후와 산란기에는 주로 얕은 물이나 초습지에서 무척추동물을 포식한다. 겨울에는 농경지에서 작은 낟알, 수초의 뿌리 등의 식물성 먹이를 즐겨 찾는다.
한국에서는 중부 이남의 호수나 저수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겨울새이다. 북반구 북부에서 번식하고 한국·일본·사할린섬·쿠릴열도·타이완·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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